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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 고운 내 사랑 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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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정 란(32기) 작성일04-06-10 08:50 조회2,370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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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그대 고운 내 사랑 바위님!

  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
  문득 이 아침에 그 책의 그 장면이 떠올라 다시 한 번 펼쳐봅니다.

  ‘우리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’(포리스터 카터 지름, 아름드리미디어)란 책이지요.
  마지막 인디언 전사에 대한 이야기인데,
  이 책 가운데 아주 뭉클한 대목이 있어서 그대와 나누려고 합니다.

  주인공 고크라예는 인디언의 전사인데
  싸우다 언제 어떻게 죽을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.
  그 가운데에서도 사랑하는 알로페와 결혼을 하고
  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.  
  그러나 잦은 전투로 둘이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짧을 걸 안타깝게 여기면서
  다음과 같이 말합니다.
  어쩌면 ‘만남’에 대해 이렇게도 잘 표현해냈는지 모르겠어요.

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*
   알로페가 고크라예에게 말했다.
  \"뭔가 멋진 걸 찾아내면 그걸 잃어버릴까 봐 두렵잖아.
   나는 겁이나. 고크라예.  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잠깐인 건 아닐까?“

  “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나더러 산으로 뛰어가라고 한 적이 있어.
   나는 사막을 가로질러 3일 동안 달렸지.
   목이 말라 입은 갈라졌고 혓바닥은 부풀어올랐어.
   그러다가 산 속에서 바위 위로 떨어지는 신선한 옹달샘을 만났어.
   나는 옹달샘 속에 뛰어들어 물을 실컷 들이켜서 목마름을 단숨에 씻어버리고 싶었지.
  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. 대신 그 옆에 누워서 입술을 물에 대고 그 냉기를 느꼈지.
   그 다음에는 물을 조금 들이켜 입안에서 굴리면서 그 달콤한 느낌을
   마음과 영혼으로 느꼈어.
   나는  시간을 재지 않았어.
   내가 그곳에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을까?
   나도 잘 모르겠어.
   어쩌면 몇 달일지도 모르고,
   어쩌면 한 순간일지도 모르고,
   어쩌면 몇 년일지도 몰라.
   하지만 나는 시간을 재지 않았어.
   그것은 언제나 내 영혼과 있을테니까.
   그리고 나는 생각했어.
   이 옹달샘 옆에서 태어나 일생 동안 이 옹달샘 옆에서 사는 사람이라도
   그의 영혼은 지금 내 영혼이 아는 사실을 절대 모를 거라고.
   비록 옹달샘 옆에서 100년을 살았더라도 그는
   자기 영혼에게 이것을 느끼게 하지 못했을거라고.”

  “고크라예, 그러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? 시간을 재지 않으면서?”
  “그래, 시간을 재지 않으면서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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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시간을 재지 않는 삶이라! 대단하지 않아요?
  뭔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아요.
  나도 알로페와 고크라예처럼 새로운 시간개념을 갖고 싶어요.
  아니 이미 제게 열려진 그 새로운 시간 앞에 가슴 떨리며 서 있는 거겠죠.


  과거도, 미래도 아닌, 바로 지금 이 순간,  
  눈을 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고,
  아름다운 세상 가운데에서도 산,
  그 안에 계신 당신.
  당신의 일부분이라도 느끼며 있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좋아요.


  이 글을 읽다보니 당신에 대한 내 느낌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네요.
  그대의 거친 표면을 움켜쥘 때 올라오는 독특한 감정들,
  두 발끝에 힘을 주어 그대를 딛고 오를 때의 상승하는 느낌들,
  한 피치 정도 오르면 등 뒤에서 느껴지는 한 줄기 바람결,
  높은 곳에 올라와 뒤를 돌아보면  땅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  전혀 새로운 풍광들...


  이제까지의 내 삶은 바로 그런 것이었지요.
  옹달샘 옆에서 100년을 살아도 진정 옹달샘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,
  나도 산을 오르면서 바위를 늘 보아왔지만 진정 바위를 느끼지는 못한 사람이었겠죠.


  앞으로 산을 자주 오를수록,
  바위님, 그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,
  나도 알로페와 고크라예처럼 그렇게 고백할 날이 오겠죠.
  그대와의 진하디 진한 영혼의 교류를요.





  히말라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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